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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일, 시저!> 신과 영화, 여성 스타의 위상, 스튜디오 현실

by borybory-click 2025. 7. 4.

영화 &lt;헤일, 시저!&gt; 관련 사진

 

  • 개봉일: 2016. 03. 24.
  • 장르: 코미디, 드라마
  • 평점: 7.51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6분
  •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 주연: 조지 클루니, 조슈 브롤린, 스칼릿 조핸슨, 랄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틸다 스윈튼, 엘든 이렌리치, 조나 힐, 프란시스 맥도맨

 

1. <헤일, 시저!>가 말하는 신과 영화

코엔 형제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언제나 그 속에 복잡하고 깊은 의미를 숨겨놓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16년에 개봉한 <헤일, 시저!>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엔 19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풍자극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종교, 믿음, 권력, 그리고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특히 이 영화가 종교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단순히 종교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와 종교의 본질을 교묘하게 엮어내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헤일, 시저!>의 주인공인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 분)는 MGM을 모델로 한 ‘캐피털 픽처스’라는 대형 영화사의 문제 해결사로 등장한다. 그는 배우들의 스캔들을 덮고, 촬영 현장의 크고 작은 문제를 수습하며, 동시에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직업적 위치가 마치 ‘속세의 신부’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에디는 극 중 내내 끊임없이 고해성사를 하며 자신의 도덕성과 직업적 선택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종교적 믿음과 영화 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사이에 낀 인물로,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화의 제목인 <헤일, 시저!> 역시 이 작품의 종교적 풍자를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극 중 제작되고 있는 대작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직역하면 "시저 만세!"라는 뜻이다. 이는 고대 로마 황제를 찬양하는 구호이지만, 동시에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당시 "가이사에게 바치는 것은 가이사의 것이요, 하나님께 바치는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즉, 영화는 로마 제국과 기독교, 그리고 할리우드의 권력 구조를 교묘하게 교차시키며 풍자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제작 중인 ‘헤일, 시저!’라는 영화는 고전 성경극을 연상시키는 대작이다. 마치 <십계>나 <벤허>처럼 웅장하고 종교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실상은 스타들의 스캔들과 정치적 음모로 얼룩진 할리우드의 현실을 가리는 일종의 ‘포장지’에 불과하다. 코엔 형제는 이를 통해 종교와 영화가 어떻게 대중을 현혹하고, 때로는 진실을 숨기는 수단으로 사용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종교적 혹은 신념적 모순을 드러낸다. 주인공 에디 매닉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영화 산업은 종종 거짓과 위선,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배우 휘트록(조지 클루니 분)은 ‘헤일, 시저!’라는 종교 영화의 주연을 맡았지만, 실제로는 세속적 욕망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납치되어 자신도 모르게 정치적 도구로 이용당하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는 구세주처럼 묘사된다. 이런 아이러니한 설정은 코엔 형제가 종교와 영화, 그리고 현실을 어떻게 얽어놓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더 나아가 <헤일, 시저!>는 종교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종교가 어떻게 권력과 결탁하고, 대중 매체를 통해 왜곡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영화 속 제작진들은 ‘헤일, 시저!’라는 영화의 신학적 정확성을 위해 실제로 여러 종교 지도자들을 불러 회의를 진행한다. 그 장면에서 각 종파의 대표들은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늘어놓으며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 이는 종교의 다양성과 모순을 풍자하는 동시에, 영화 제작 과정의 가식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신학적 진실이 아니라,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종교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그들의 작품 <바통 핑크>, <시리어스 맨> 등에서도 종교적 상징과 인간의 믿음을 비틀어 해석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헤일, 시저!>는 특히 영화와 종교를 한데 묶어, 믿음과 허상,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영화 산업 자체가 하나의 ‘신화 제작소’ 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그 안에 종교적 요소가 어떻게 혼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가 끝날 무렵, 에디 매닉스가 결국 자신의 일을 계속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다. 그는 영화 속 허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영화가 주는 신화적 힘을 인정하고, 그 허구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이는 곧 종교가 인간의 삶에 주는 위안과 허구적 측면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자세와 닮아 있다. 또한,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 방식도 종교적 상징을 은근히 녹여낸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 고전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세트장,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모두가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영화 제작 현장은 마치 종교의식이 이루어지는 성당 같고, 감독과 제작자는 사제 혹은 신과도 같은 위치에 있다. 대중은 이러한 영화라는 ‘신화’를 소비하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위안을 얻는다. 코엔 형제는 이를 통해 종교와 영화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교묘하게 드러낸다. 정리하자면, <헤일, 시저!>는 단순한 코미디도, 단순한 할리우드 풍자극도 아니다. 이 영화는 종교와 영화가 어떻게 인간의 믿음과 현실을 교차시키며, 때로는 허구를 통해 위안을 주고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는지를 정교하게 파헤친다. 특히 영화 속 영화 ‘헤일, 시저!’는 고전 성경극의 외형을 빌려오지만, 그 속에는 할리우드의 권력 게임, 정치적 암투, 스타의 허상, 종교적 모순 등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이슈들이 숨겨져 있다. 코엔 형제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다. <헤일, 시저!>를 단순히 웃고 넘기는 영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종교적 상징과 영화 산업에 대한 비판을 곱씹어 본다면, 이 작품이 얼마나 깊이 있고 다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헤일, 시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영화 속 허구와 신화를 어떻게 소비하며, 종교와 현실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믿음이라는 것은 결국 허구를 통한 위안일 뿐일까, 아니면 그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그 모호함 속에서 인간 존재와 믿음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헤일, 시저!>는 종교와 영화, 그리고 인간의 믿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스칼렛 요한슨 출연 장면으로 본 여성 스타의 위상

2016년 개봉한 코엔 형제의 영화 <헤일, 시저!>는 1950년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배경으로, 그 시대 영화산업의 이면을 풍자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영화는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와 풍자, 그리고 시대극적 고증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캐릭터 디애나 모란(DeeAnna Moran)이다.

디애나 모란은 영화 속 영화에서 '인어쇼' 장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전 영화 팬이라면 그녀의 설정이 실존 인물이었던 에스더 윌리엄스를 모델로 삼았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에스더 윌리엄스는 1940~50년대 MGM 스튜디오 소속의 대표적인 여성 스타로, 수영과 연기를 겸비한 '인어 여신'이라는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코엔 형제는 디애나 모란을 통해 바로 이 시기의 여성 스타들이 겉으로는 아름답고 화려하게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실이 숨겨져 있었는지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스칼렛 요한슨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이 같은 시대적 맥락이 잘 드러난다. 극 중 그녀는 화려한 수영복을 입고 대규모 풀장에서 환상적인 인어쇼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그녀를 우러러보며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꺼지고 무대 뒤로 들어서자, 디애나 모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녀는 시가를 물고, 매니저와 제작자들에게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논란이다. 이 장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스캔들 차원의 사건이 아니다. 1950년대 할리우드는 철저히 스튜디오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고, 스타들의 이미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됐다. 특히 여성 스타들은 아름다움과 순수함, 도덕성을 동시에 갖춘 '완벽한 여인상'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실 속 배우들은 철저히 인간적인 욕망과 실수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디애나 모란은 바로 이 이중적 구조를 대표한다. 더불어, 당시 여성 스타들의 위상은 매우 양면적이었다. 겉으로는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높은 지위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스튜디오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사생활은 철저히 통제당했다. 디애나 모란의 미혼모 스캔들은 당시 할리우드가 어떻게 여성 스타들의 삶을 억압하고 조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설정이다. 그녀의 개인적 선택과 실수는 철저히 도덕적 문제로 몰아붙여지고, 스튜디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짜 결혼' 등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운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1950년대 여성 스타들의 실질적인 위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겉으로는 찬란한 스포트라이트 속 주인공이지만, 실상은 철저히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 속에서 소비되는 존재였다. 스칼렛 요한슨의 디애나 모란은 당시 여성 스타들이 겪어야 했던 이중적 삶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칼렛 요한슨의 캐릭터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피해자적 입장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 중 디애나 모란은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맞서 대담하게 행동한다. 시가를 물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남성 제작자들에게 자신의 요구를 강하게 어필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 여성 스타의 억압받는 모습을 넘어,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시스템과 맞서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설정 자체도 코엔 형제 특유의 아이러니와 풍자가 담겨 있다. 디애나 모란의 현실적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이 함께 깔려 있다. 과거 할리우드가 여성을 어떻게 이상화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서 여성들이 어떤 억압과 모순 속에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더 나아가, 스칼렛 요한슨이 캐릭터를 연기한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실제로 현대 할리우드에서 '섹시 아이콘' 혹은 '강인한 여성상'을 동시에 소화해 온 대표적인 배우다. 이런 그녀가 1950년대 여성 스타의 허상과 현실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현대와 과거,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시대를 넘어 지속되는 여성 스타의 이미지 소비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헤일, 시저!>는 단순히 과거 할리우드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의 문제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보여준다. 스칼렛 요한슨의 디애나 모란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며, 여성 스타의 위상과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지금도 할리우드에서 여성 스타들은 외모, 도덕성, 개인적 선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여전히 평가받고 통제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전보다 훨씬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헤일, 시저!>와 디애나 모란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풍자가 아닌, 현재의 문제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디애나 모란의 스캔들을 은폐하고 해결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도 흥미롭다. 스튜디오 시스템은 공공연히 거짓과 위선을 이용해 스타의 이미지를 관리한다. 심지어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엉뚱한 남성과의 결혼을 계획하고, 그 과정에서도 여성 당사자의 의견보다는 이미지 관리가 우선시 된다. 이 모든 설정은 1950년대 할리우드의 여성 스타가 얼마나 통제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도 남아있는 유사한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칼렛 요한슨의 출연 장면은 단순한 개그 요소가 아닌, 깊이 있는 사회 비판과 시대적 성찰을 담고 있다. 그녀가 연기하는 디애나 모란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동시에 실존했던 수많은 여성 스타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여성 스타의 위상, 이미지의 허상, 그리고 영화산업의 이면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헤일, 시저!>는 스칼렛 요한슨의 인어쇼 장면을 통해 1950년대 여성 스타의 위상과 그 이면을 재조명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문제를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겉으로는 유쾌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영화가 품고 있는 날카로운 비판과 깊은 성찰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현대적 배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코엔 형제의 연출은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여성 스타에 대한 소비 구조, 이상화,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모순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시대를 초월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3. <헤일, 시저!>의 스튜디오 현실

코엔 형제의 2016년 작품 <헤일, 시저!>는 단순히 195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을 그린 시대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당시 스튜디오 시스템의 현실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현대 영화 제작환경과 맞물려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 <헤일, 시저!>를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 영화 제작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의 권력 구조, 스타 시스템, 제작 환경의 변화다. 영화가 그려낸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영화산업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겉으로 보기엔 많은 것이 변한 듯하지만, 본질적으로 닮은 부분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먼저 <헤일, 시저!> 속에서 묘사되는 1950년대 스튜디오 시스템은 당시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제작 구조를 충실히 반영한다. 영화 속 주인공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는 캐피톨 픽처스라는 대형 영화사의 '문제 해결사'로 등장한다. 그는 배우들의 사생활을 관리하고, 스캔들을 덮으며, 촬영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스튜디오를 위해 헌신한다. 당시 할리우드는 소수의 대형 스튜디오들이 배우, 감독, 작가 등을 계약제로 묶어 두고 철저히 통제했다.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스타의 사생활, 언론 노출, 이미지 관리까지 모두 스튜디오의 손에 달려 있었다. <헤일, 시저!>가 보여주는 이 시스템은 마치 공장처럼 영화가 찍히던 당시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배우들은 자신의 의지보다 스튜디오의 결정에 따라 작품을 선택해야 했고, 개인의 문제 역시 회사 차원에서 관리됐다. 특히 스타 시스템은 매우 강력하게 작동했다. 영화 속 인물인 휘트록(조지 클루니),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 등의 캐릭터를 보면, 배우들이 어떻게 스튜디오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존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스튜디오 시스템과 오늘날 영화 제작환경을 비교해 보면, 겉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현재는 배우들이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며,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영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플랫폼의 등장, 글로벌 시장 확장 등으로 인해 영화산업의 판도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기술적으로도 과거에는 필름 촬영과 수작업 편집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촬영, CG, 가상 프로덕션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작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권력 구조나 스타의 소비 방식에서는 여전히 <헤일, 시저!>가 풍자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과거에는 소수의 스튜디오가 권력을 독점했지만, 지금은 거대 미디어 그룹과 글로벌 플랫폼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이 콘텐츠 제작과 배급을 장악하면서, 과거 스튜디오 시스템과 유사한 독점 구조가 다시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스타 시스템의 경우도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현대 배우들은 공식적으로 프리랜서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속사, 에이전시, 스튜디오와 긴밀히 얽혀 있으며, 이미지 관리와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철저히 통제받는다. SNS를 통한 자기 PR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동시에 실수나 스캔들 하나가 커리어를 좌우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일, 시저!> 속에서 에디 매닉스가 배우들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영화 제작현장의 현실 역시 시대는 바뀌었어도 여전히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 속 '헤일, 시저!'라는 대작이 종교적 색채와 정치적 상황을 교묘히 버무리는 방식은, 현대 영화들이 흥행을 위해 정치적 올바름(PC), 다양성 이슈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물론 과거보다 사회적 가치나 표현의 자유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논리와 정치적 고려가 제작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그대로다. <헤일, 시저!>는 이런 부분을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당시에는 종교적 요소나 정치 선전이 대중을 설득하는 데 활용됐고, 현대에는 다양성이나 글로벌 코드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된다. 겉으로는 시대가 변했지만, 영화가 대중의 인식을 조율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구조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촬영 기술과 제작 환경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속에서는 거대한 세트장, 실제 동원되는 인력과 물자가 영화 제작의 상징이었다. 당시 영화는 거대한 물리적 자본의 집합체였고, 이는 곧 권력과 통제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 제작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다양한 독립영화와 실험적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 블록버스터나 글로벌 흥행을 노리는 프로젝트는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는 <헤일, 시저!>가 보여준 과거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 에디 매닉스가 직면하는 도덕적 갈등이다. 그는 가족과 종교적 신념, 직업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런 설정은 현대 영화 제작자들도 마찬가지다. 상업성과 예술성,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많은 감독과 제작자들이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창작의 자유를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시장과 권력의 논리를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과거든 현재든, 영화 제작은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구조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헤일, 시저!>가 묘사한 1950년대 스튜디오 현실은 오늘날 영화산업을 비춰보는 거울 역할을 한다. 기술과 형태는 변했지만, 권력 구조, 스타 시스템, 이미지 소비, 제작 환경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코엔 형제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현대 영화산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영화 속 과장된 풍자 속에서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권력의 본질을 발견하고, 현재의 영화 제작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헤일, 시저!>는 단순히 웃고 넘기는 코미디가 아니다. 영화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스튜디오 시스템의 현실과 현대 영화 제작환경을 나란히 놓고 볼 때, 비록 많은 것이 변한 듯 보이지만, 결국 본질적인 구조와 인간의 욕망, 권력의 작동 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